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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SF 영화 <컨택트>, 언어와 인간에 대해

by storyofyourlife1103 2025. 4. 10.

출처: IMDB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6년 영화 '컨택트'(Arrival)는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지구에 도착한 외계 비행체 '쉘'과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의 이야기를 그린 SF 드라마입니다. 단순한 외계인 침략 영화의 틀을 벗어나, 언어와 소통의 본질, 시간의 비선형적 인식,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낮선이와의 만남과 언어라는 통로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에 나타난 12개의 거대한 외계 비행체 '쉘'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인류는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미국 정부는 이 낯선 방문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기 위해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를 긴급 투입한다. 루이스는 물리학자 이안 도넬리와 함께 '헵타포드'라 불리는 일곱 개의 다리를 가진 외계 생명체와의 언어적 접촉을 시도한다.

 영화는 외계 언어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헵타포드의 언어는 인간의 선형적인 시간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원형의 복잡한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루이스는 이 낯선 언어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언어와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낯선 존재와의 소통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심오한 경험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는 루이스 뱅크스가 햅타포드의 언어를 알면 알 수록 더욱 자주 미래를 회상하고 그 회상에 몰입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비선형적인 시간, 자유의지와 운명

 루이스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녀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헵타포드의 언어 구조는 시간을 선형적인 흐름이 아닌, 동시다발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루이스는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인지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 인식의 변화는 그녀의 삶과 앞으로 닥쳐올 운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영화 <컨택트>는 사피어-워프 가설에 깊게 연관된 것을 볼 수 있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언어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인간의 사고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심지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루이스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인류의 좁은 시간 개념에서 벗어나 더 넓은 관점을 갖게 됩니다. 이는 영화 엔딩 부분에서 루이스는 햅타포드의 언어와 관련된 책을 출판한다. 언어적 소통이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넘어, 사고의 틀 자체를 확장하고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루이스가 미래를 알게 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딸의 슬픈 운명을 미리 알게 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그 길을 선택한다. 이는 운명론적인 시각과 자유의지 사이의 딜레마를 던지며, 인간의 선택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필연적인 굴복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욱 깊은 이해와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영화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이다.

 

“If you could see your whole life from start to finish, would you change things?”
만약 당신의 인생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그걸 바꾸겠어요?

 

소통의 중요성, 오해와 공존의 가능성

 <컨택트>  개봉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면 요즘 같은 시대에 필요한 영화 같다. 외계와의 소통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 사회의 소통 부재와 그로 인한 오해,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햅타포드의 등장에 대한 각국의 상이한 대응 방식,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증폭 등은 국제 사회의 불신과 갈등을 반영한다. 영화는 진정한 소통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헵타포드가 지구에 온 진정한 목적은 인류에게 '언어'라는 선물을 통해 미래를 보는 능력을 주고, 다가올 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진정한 소통이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서로의 존재 방식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원작과의 차이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은 루이스 뱅크스의 내적 변화와 시간 인식의 변화, 그리고 딸과의 관계를 더욱 집중하며 운명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있는 반면 영화에서는 외계 존재의 등장과 국제적 긴장, 갈등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루이스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딸의 죽음에서 원작은 딸이 25살의 나이에 암벽들 등반하다 사고로 죽지만 영화에서는 딸이 희귀한 불치병에 의한 죽음으로 보여준다. 또한 딸의 아버지인 이안과 관계 변화가 딸의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루이스의 고통과 선택은 더 극적으로 표현된다. 햅타포드가 온 목적에 대해서도 원작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햅타포드가 인간에게 언어라는 도구를 선물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고, 이는 인류의 공존과 협력이라는 메세지를 강조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샹 장군은 원작에 등장하지 않으며 영화에서는 햅타포드의 언어 이용해 미래를 알고 샹 장군과 개인적인 통화를 한다. 이를 통해 갈등이 해소된다.

 

 

 <컨택트>는 단순한 SF 영화를 넘어, 언어, 시간,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가장 문학적이며 철학적인 SF 드라마입니다. 낯선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소통 방식과 사고방식의 한계를 되돌아보게 하고, 비선형적인 시간 인식을 통해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에이미 아담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오랫동안 곱씹을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명작이라고 생각한다.